아메리칸 하이브리드카, 퓨전 하이브리드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된 모델로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첫 생산됐습니다. 1세대 모델은 2013년 상반기 단종됐고, 포드는 2012년 하반기부터 2세대 퓨전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습니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퓨전 하이브리드는 1세대 모델입니다. 이 차는 포드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2011년 국내 출시 당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자동차입니다. 본 모델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5.7km로 '미국차는 기름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참고로 퓨전 하이브리드는 2010년 올해의 북미 자동차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차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미국적인 투박함이 느껴집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2세대 퓨전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을 보면 1세대 디자인의 딱딱함이 더 잘 와닿죠. 전면부엔 좌우 헤드라이트를 잇는 커다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후드는 돔 후드가 적용되어 시각적으로 차의 성능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측면부 디자인은 다소 심심합니다. 프론트 도어 하단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배지가 이 차의 성격을 알려 줄 뿐입니다. 1세대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는 후면부라고 생각합니다. 좌우 리어램프를 연결하는 남성적인 선과 벌집 모양의 리어램프 디자인, 그리고 리어 범퍼에 위치한 원형 후진등은 이질적이면서도 균형있는 디자인적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1세대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의 전장-전폭-전고는 4,845-1,835-1,445mm입니다. 휠베이스는 2,727mm입니다. 전형적인 중형 세단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적당한 차체 사이즈와 함께 군더더기 없이 다부진 디자인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배가시킵니다. 외관의 디자인 정체성은 실내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곡선의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직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짜임새있는 레이아웃을 보여줍니다. 튀지 않으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그런 정도의 디자인을 표현해냈습니다. 4 스포크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 기어 레버, 그리고 도어 트림 등 어디하나 모난 곳이 없습니다. 덕분에 눈의 피로도가 줄어 세단이 지닌 안락한 이미지가 더욱 잘 느껴집니다.

1세대 퓨전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통일감이 있습니다. 보통 통일감 있는 디자인에 가까울수록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라 평하나 때때로 그 통일감이 자칫 차를 심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딱히 비판할 곳도, 그렇다고 딱히 칭찬할 만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차의 외관을 보나 내관을 보나 그 디자인 정체성이 일치하니까요. 어쩌면 이 차는 멋스러운 스타일을 과시해야 할 스포츠카나 쿠페형 자동차가 아닌 중형 세단이기에 이처럼 튀지 않는 스타일링이 더욱 잘 맞는 옷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의 보닛 아랜 최고출력 191마력, 최대토크 18.8kg.m의 동력성능을 지닌 직렬 4기통 2.5리터 엔진이 탑재됐습니다. 이 엔진은 자동 무단 변속기와 조합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7.8초 입니다. 엑셀러레이터에 힘을 가하면 시속 100km를 넘어 시속 150km까지 도로를 부드럽게 읽어나갑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를 내려고 하면 신경질스러운 엔진음과 풍절음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때게 됩니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단단함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패밀리카의 성격이 짙은 중형 세단이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 감각은 최대한 배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때문에 코너링 또한 기대한 것보다 무딘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느껴지는 자동차와 운전자 사이의 이질감이 기억에 남습니다. 직진주로에서의 움직임은 코너링에서 보인 움직임에 비하면 꽤 훌륭합니다. 묵직하면서도 빠르게 아스팔트 도로를 나아갑니다. 반면 제동력에선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아무리 강하게 밟아도 차가 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세대 퓨전 하이브리드는 중형 세단의 안락함, 그리고 높은 연료 효율성을 중요시 생각하는 이에게 알맞은 차입니다. 미국적인 감성이 전해지는 디자인은 개개인 마다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 차는 화려한 선들이 만들어낸 내외관 디자인, 그리고 그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고급스러운 소재가 난무하는 값비싼 자동차보단 실리와 심적인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 어울리는 차입니다. 혹시 지금 그런 자동차를 찾는 이가 있다면 1세대 퓨전 하이브리드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시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