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독일에서 사용할 렌트카는 폭스바겐 업!이었다. 그러나 렌트카 업체에서 친히 차량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스코다의 소형 크로스오버 예티로 말이다. 처음엔 아쉬웠다. 스코다는 국내에서 만날 수도 없는 자동차 회사고, 이왕이면 국내 출시 소식이 간간히 들려오는 폭스바겐 업!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이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결국 스코다도 폭스바겐 그룹의 한 일원이다. 이 때문에 차의 주행질감이 폭스바겐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단단했다. 디자인 또한 여느 폭스바겐 모델처럼 정갈하면서도 어느 한 군데 모나지 않았다. 로고만 스코다지 폭스바겐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다. 렌트카 예티를 수령한 뒤, 곧바로 독일의 자랑 아우토반에 차를 올렸다. 6단 수동 변속기는 예리하게 단수를 올려나갔고, 보닛 아래 있는 TSI엔진은 자극적인 엔진음을 뿜어냈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자동차의 한계를 맞볼 수 있는 도로다. 스코다 예티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시속 120km, 140km, 160km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다. 빠른 속도에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좀 들리긴 했지만 고속 안정성 하나는 정말 우수했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km를 향해 질주해도 고속에서 오는 불안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더 높은 속도를 갈구할 정도였다.
예티의 디자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한 맛이있다. 전면부는 스코다의 패밀리 룩을 따르고 있고, 측면부는 크로스오버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참고로 예티는 사진 상 보이는 노멀 버전과 오프로드를 주행성능이 강화된 오프로드 버전으로 나눠 출시된다. 후자는 범퍼 디자인과 지상고에서 노멀 버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주행 성능 또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실내에서도 폭스바겐의 색채는 짙게 드러난다. '스코다만의 개성이 너무 없는게 아닌가'라는 괜한 걱정도 들었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 계기판, 도어 트림, 센터페시아 모두 낯이 익다. 뭐, 스코다면 어떻고, 폭스바겐이면 어떤가. 이 차는 분명 안팍으로 완성도가 높은 차였다. 스코다를 이야기하며 폭스바겐을 언급하고 싶지 않진만, 그들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예티에 너무나 깊숙히 배여있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스코다 예티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지닌 가성비 높은 크로스오버였다. 국내에서 이런 모델을 만날 수 없다는게 안타깝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스코다 예티에겐 통하지 않는다. 이는 예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덕분에 스코다는 요즘 독일에서 폭스바겐을 대체할 국민 자동차 회사로 부상하고 있다. 아쉽게도 스코타의 국내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이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여럿 긴장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