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더 비틀의 역사적 가치와 디자인적인 독특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페르난티 포르쉐 박사에 의해 개발된 이 차는 1938년부터 생산되었으며, 당시의 명칭은 '타입 1'이었다. 타입 1은 포르쉐 최초의 스포츠카 '포르쉐 356'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1998년 '뉴 비틀'이 출시되기 전까지 약 2천 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독일 및 전 세계 사람들의 발이 되었다.
1998년, 타입 1의 정체성을 계승한 '뉴 비틀'이 출시됐고, 2011년에는 본 콘텐츠의 시승차인 '더 비틀'이 출시됐다. 더 비틀은 오리지널 비틀(타입 1)의 감성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볼륨감이 느껴지는 둥근 휠아치와 귀여운 외모를 결정짓는 원형의 헤드램프, 딱정벌레의 모습을 보는 듯한 바디라인, 독특한 형태를 한 실내의 글로브 박스는 1세대 비틀 '타입 1'에서 가져 온 것들이다.
더 비틀은 클래식한 디자인 요소들과 함께 쿠페다운 스포티함을 드러내려 노력한다. A필러에서 C필러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 큼지막한 18인치 휠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실내에 적용된 D-컷 스티어링 휠과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그리고 붉은 가죽 시트가 스포티한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이나, 3개의 게이지로 구성된 차량 정보판은 위트가 있다.
더 비틀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동력 성능을 지닌 2.0리터 TDI엔진이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5초가 걸리고, 최고 속도는 시속 195km다. 1,750rpm부터 터지는 최대 토크가 초반 가속력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답답했다.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감은 어디서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도 속도가 오르니 탄력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더 비틀 변속기엔 D모드와 S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간단하게 D모드는 노멀 모드, S모드는 스포츠 모드다. 짜릿한 주행을 기대하고 변속 레버를 S모드로 옮겼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S모드나 D모드나 체감상 별다른 차이점은 없다. S모드라고 해서 박력 있는 발진력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였다. 가속 페달의 민감도만 조금 높아진 정도였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상당히 억제됐다. 덕분에 계기판의 엔진 회전계와 보닛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이 차가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라는 걸 잊게 된다. 더 비틀을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더 비틀은 보기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구사했다. 다소 높은 차체 때문에 '몸돌림이 굼뜨진 않을까'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신속하고도 안전하게 도로를 읽어나갔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4km다. 실주행 연비는 리터당 12.5km를 기록했다. 변속기를 S모드에 두고, 급정거, 급제동, 급가속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정속 주행시 리터당 18.2km를 기록했다.
시승을 통해 느낀 더 비틀은 지극히 감성적인 차였다. 이 차의 가치를 매기기 위해서는 차량의 스펙을 따지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디자인과 함께 차의 감성을 느끼는 아날로그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더 비틀의 국내 판매가격은 3,390만원부터 3,920만원까지 책정되어 있다. 다소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차가 지닌 역사성과 디자인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가격을 긍정적으로 여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