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소형 SUV인 쥬크(JUKE)를 시승했다. 이 차는 지난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공개됐다. 쥬크는 보편적인 자동차에선 보기 힘든 개성 강한 디자인으로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이 차는 출시와 동시에 유럽 및 미주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2012 영국 파커스 뉴 카 어워즈에서 '베스트 SUV', 2014 멕시코 종합 고객 만족도에선 '최고의 소형 SUV'로 선정됐다.
쥬크는 2013년 10월, 국내에 수입됐다. 한국 닛산은 "쥬크가 지닌 독특함과 스포티함을 주무기로 글로벌 시장의 인기를 국내에서도 이어갈 것"이라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다. 출시 초반 한국 닛산의 이런 당찬 포부에도 불구하고, 현재 쥬크의 판매량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쥬크는 총 42대가 팔리며 국내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1.9%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 같은 점유율은 경쟁 모델인 쌍용 티볼리(24.4%), 쉐보레 트랙스(6.4%), 푸조 2008(2.4%)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작용하는데,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독특해도 너무 독특한 쥬크의 외관 디자인은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기엔 '도전'과도 같은 자동차다. 특히 차의 전면 디자인은 몹시 실험적이다.
쥬크의 이런 디자인은 지난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닛산이 선보인 콘셉트카 '콰자나'에서 시작됐다. 전면부에서 위아래로 나눠진 헤드램프 디자인과 가로로 길게 뻗은 그릴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닛산은 콰자나의 디자인 방향성을 쥬크에 이식했다. 덕분에 이 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디자인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이런 강한 정체성이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에겐 시각적인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쥬크의 후면부는 그나마 차의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보인다. L자 형태의 리어램프는 좌우에서 시각적인 균형을 맞춰주며, 볼륨감있는 리어 팬더는 차의 스포티함을 부여한다. 외관의 독특함은 고스란히 실내로 이어진다. 특히 외관 색상과 동일한 색상으로 처리된 내부 마감재는 차의 개성을 한 층 배가시킨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질이 과도하게 쓰여 실내가 다소 저렴해 보인다.
쥬크의 보닛 아래에는 1.6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동력성능을 지녔다. 소형 SUV를 발빠르게 움직이기엔 충분한 힘이다. 쥬크는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진다. 덕분에 초반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8.0초. 가속은 시속 160km 부근까진 부드럽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에선 귀를 자극하는 앙칼진 엔진음과 풍절음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띄게 된다. 하체가 단단하진 않다. 이 때문에 마치 패밀리 세단에 탄 것과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커브 길을 달릴 때는 SUV 특유의 롤링 현상이 느껴진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유가 있는 하체 세팅으로 인해 드러나는 주행질감이다. 핸들링은 날카롭지도, 무르지도 않다.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카를 꼽는다면 닛산 쥬크는 단연 독보적인 자리에 위치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외의 것들(가격, 연비, 성능 등)에선 쟁쟁한 경쟁자가 너무 많다. 따라서 닛산 쥬크가 개성 강한 디자인 하나만 믿고 나아가기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엔진 및 옵션에 따른 트림의 세분화가 절실하다. 참고로 시승차의 가격은 2,89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