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링컨의 콤팩트 SUV MKC를 시승했다. 이 차는 링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첫 번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자, 브랜드 최초의 소형 모델로 그 의미가 크다. 이와 더불어, 럭셔리 브랜드 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움과 여유로움, 운전자의 안전운전 및 편안한 거주성을 위한 다양한 장비, 그리고 힘있는 엔진 탑재로 화끈한 드라이빙이 가능한 모델이다.
전체적인 차량의 느낌이 좋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자인, 미대륙의 넉넉함이 담긴 실내공간, 호탕한 동력성능 모두.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낮은 연료 효율성은 아쉽다. 링컨 MKC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9.0km(5등급). 높은 연료 효율성을 요구하는 현 시장 상황과는 동떨어진 수치다. 실주행 시 계기판 트립 컴퓨터에 표기된 '주행가능거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MKC는 지난달 55대가 판매됐다. 이는 경쟁 모델인 아우디 Q5(231대), BMW X3(104대)의 판매량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 같은 결과엔 경쟁사에 비해 낮은 브랜드 파워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엇보다 턱없이 낮은 연료 효율성이 가장 크게 작용했으리라 해석된다. 국내 소비자는 차를 살 때,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럭셔리한 감성 못지 않게 연비를 중시한다는 것을 MKC의 판매량을 통해 알 수 있다.
낮은 연비를 지닌 링컨 MKC지만, 그래도 엔진 파워 하나만큼은 강력하다. 이 차의 보닛 아래에는 2.0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243마력, 최대토크는 37.3kg.m다. 이러한 동력성능은 공차중량 1,865kg의 차량을 무리없이 견인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시속 100km를 넘어 그 이상의 속도까지도 답답함없이 진행된다. 그 느낌이 묵직하면서도 경쾌하다.
거기다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엔진 사운드가 가미되어 드라이빙은 더욱 즐겁다. MKC는 부족함없는 가속력과 함께 안정적인 제동력도 지녔다. 감속 페달에 힘을 주면 묵직하면서도 빠릿하게 속도를 줄인다. 코너링 돌파능력은 준수하다. SUV 특유의 롤링현상이 약간 느껴지긴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주행 모드는 노멀 모드인 D와 스포츠 모드인 S가 준비되어 있다.
링컨 MKC에는 브랜드 링컨의 새로운 디자인 핵심 요소인 윙 그릴(새의 날개를 형상화)이 디자인되어 있다. 이 디자인 요소는 호탕하면서도 강렬한 전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차의 측면은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서 시작된 각각의 뚜렷한 캐릭터 라인이 시각적인 단단함을 부여한다. 좌에서 우로 길게 이어진 후면의 리어램프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MKC의 인테리어는 첨단의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실내 곳곳에 아낌없이 쓰인 우드트림과 가죽 내장재는 아메리칸 럭셔리의 기준을 정립하고, 센터페시아부터 센터콘솔까지 이어지는 각진 라인은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오디오 및 에어컨 조작 버튼은 꽤나 직관적이다. 하지만 터치스크린 모니터에 구현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직도 한글화가 진행되지 않아 불편하다. MKC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버튼식 기어 변환 장치다. 센터페시아 좌측에 위치한다. 처음 차를 타면 이 버튼식 기어가 좀 어색할 수 있으나, 금세 적응된다.
링컨 MKC는 차별화된 디자인 정체성과 고급스러운 감성, 그리고 강력한 동력성능 등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이것들이 높은 판매량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낮은 연료 효율성 때문이다. 미국처럼 연비가 큰 문제되지 않는 시장에선 MKC의 낮은 연료 효율성이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갈수록 연비에 민감해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에선 링컨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